소실점

양문모 X 장보윤
 

전시 기간: 2022. 4. 29 – 5. 29

초대 일시: 2022. 5. 7(토), 5pm


​공-원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4길 9-3

12 - 6 pm(월요일 휴관)

기획: 문명기
디자인: 바나나시체전문처리반

주관: 공-원
후원: 문워크

  2022년의 문을 여는 공-원의 첫 기획전 <소실점>은 사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보윤과 양문모의 2인전이다. 두 작가는 희미해진 옛 전쟁의 기억을 더듬어 현 시점으로 불러온다. 그리하여 평행선을 달리던 두 여성의 삶은 한 점으로 수렴된다.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된 여성, 제주에 해녀로 갔다가 무당이 된 여성

 

  2차 대전 이후 인구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독일은 해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였고 한국도 제주에서 육지 아이들을 입양했다.

  여기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불가피하게 이주를 선택한 두 여성이 있다. 그들의 삶을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좇아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여행이라는 공통된 방식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작업물은 고정된 정물이 아니라 꾸준히 변하는 대상을 찾아가 기록했다는 점에서 맥락을 함께한다.

  아물고 남은 흉터를 매만지듯 두 작가는 프레임을 정한 뒤 포커스를 맞추고 조리개를 조절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우리는 그 결과를 감상한다. 사진은 일종의 불온전한 리얼리즘으로, 별수 없이 하나의 고정된 시선으로 응고되는 순간 프레임 밖의 세계는 삭제되고 절단된다. 그 속에는 평행선을 달리며 영원히 만나지 않는 사물을 한 점으로 수렴하는 소실점이 존재한다. 이런 사진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관람한다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문명기

양문모 <잠녀 潛⼥>

  3채널 비디오 작품 <잠녀, 씨드렴수다>에서 추출한 오디오는 무형문화재 ‘제주큰굿’ 보유자 서순실 심방의 소리에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의 곡이 더해진, 제주 잠녀의 무사를 기원하는 소리다. 여기에 실제 애기 해녀 이경란, 최수지, 연정윤, 김은영의 얼굴* 없는 모습,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군이 만든 인공진지(동굴)가 더해진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촬영한 사진들에는 현재와 과거의 제주가 담겨 있다.

*얼굴: 얼(魂)이 들어 있는 굴(窟), 얼이 드나드는 굴, 영혼의 통로를 뜻하는 순우리말.

글/양문모

장보윤 <Black Veil>

  영상 <Black Veil 2>에는 한 명의 독일인 여배우 안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독일인이지만 한글로 쓰인 누군가의 편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 그녀가 ‘언니’라 부르는 편지의 수취인은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지 어떤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안나가 대신 읽어 내려가는 편지의 화자는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서 한국을 떠나 독일의 북쪽 항구도시 함부르크 오센졸에서 겪은 일들을 회상한다. 오센졸 정신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한국인 동료를 바라보는 독일 사람의 시선들, 그곳에서 만나고 헤어진 연인들에 대해 말한다.

  영상 속에서 독일인 배우 안나가 감정을 실어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동시에 몰입을 방해한다. 과거 낯선 한국인에게 쏟아졌던 독일인의 시선, 역사적인 사실과 개인적인 사건, 독일인 배우가 한글로 된 편지를 애절하게 읽는 장면은 도처에서 충돌한다. 그리고 마땅히 감정 이입의 대상이 돼야 할 배우는 타자가 된다. 마치 70년대 파독 간호사들, 배우가 ‘크랑켄슈베스터(간호사)’라 호명하는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편, 독일의 함부르크와 브레멘의 로드뷰를 담은 블랙박스 영상 <Black Veil 1>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을 좇는 장보윤의 시선과 닮아 있다.

글/장보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