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공-원” 레지던시 보고전

장윤영 ㅣ 홀리 훌라(Holy Hula) l @2019유니온아트페어 B111호 공-원 부스

작가 인터뷰 (2019/09/26)

질문자 : 이옥진(공-원 큐레이터)

답변자 : 장윤영

*녹취의 형태로 진행된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수정, 정리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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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 공-원이라는 공간이 “한 사람을 위한 공-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공간을 레지던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레지던시에 작가로서 임하게 되었다. 두 달 정도 그 공간에서 작업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느낀 점과 더불어 이번 프로그램 참가 이전엔 학교 과제의 형식을 빌려서 작업을 했었는데, 두 달 동안 집중해서 과제가 아닌 본인 작업을 해보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장 : 이번에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내가 어리다는 느낌보다는 미숙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이가 어린 것이 느껴진 것이 아니라 경험이 없다는 게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 내가 얼마나 꽃밭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이전엔 과제는 과제에서 그쳤고, ‘내 작품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안 해봤다. 머릿속으로 만 생각하고, 노트에다가 두서없이 적기만 해놓고, 드로잉만 해놨었는데, 체계적으로 나만의 작품을 내야하고 만들어야 하고 하니까 사실 처음으로 실체화되는 경험이었다.

옥 : 개념으로만 있었던 것이 실체화되는 것이 어려웠나.

장 : 맞다. 너무 복잡했다. 나이가 너무 어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리고, 그만큼 경험이 없는 애였다. 무엇보다 정말 딱히 큰 고생 없이 자란 걸 나도 스스로가 알고 있는데, 이런 걸 하니까(작품을 가리키며) 재료를 다룰 때에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못질 하나하나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아이디어 내는 것부터 부담이었다. 그동안 그저 끄적이는 것에 머물렀지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해본 적이 없어서 자꾸 시각적으로 보이는 게 두려웠다. 자꾸만 어떤 이미지가 보여져야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방향이 굳혀져서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많이 답답했다.

옥 : 좀 더 구체적으로 타임라인으로 보면 두 달 동안 단계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장 :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학교 과제랑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라는 생각을 정말 오만하게도 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도 보여지는 걸 먼저 생각했다. 과제는 일단 보여지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과제랑 전시랑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시각적인 이미지만 자꾸 생각했다. 앞서 말한 그 보여지는 것만 생각하던 시기가 이 시기이다. 생각은 안 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하려는 시기였던 거 같다. 그러다가 그런 방향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듣고 다시 생각했다. 주제 자체도 익숙했던 것으로 돌아왔지만 그 자리에 생각이 맴맴 돌고 새로운 생각이 나지 않아서 힘들었다. 사담이지만 밤에 질질 짠 적도 많다. 왜 그랬냐면 뭔가 “레지던시”라는 것, 책에서만 읽었던… 그런 프로그램이지 않냐 “레지던시”라는 것이.

옥 :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고,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고, 모든 게 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신의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 장이 마련이 되면서 그로 인한 변화가 있는지. 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치고 나니까 달라진 점이 있는가.

장 : 진짜 크게 있다. 그전까지는 내가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입시를 할 때 나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에 빠져서 항상 나 스스로가 되게 특별하다는 자의식이 강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내가 얼마나 어리숙한지 느꼈다. 그리고 철이 없고 경험도 없어서 힘들다고 해도 뭔가를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야 익숙해지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8월 즈음에는 이런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게 괜찮은 일인가 공원한테도 괜찮은 일인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전시가 설치되기 2-3주 전부터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고,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 알게 되었다. 당연히 첫 번째인 것을 알고 제공을 해주신 건데, 내가 완벽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굳이 레지던시를 제공해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배우라고 제공해주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막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자기 위안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2

옥 : 이 전시의 주제가 목적 없이 지구에 방문한 외계인의 흔적 그 자체 또는 그 흔적을 찾는 과정이다. 궁금한 점은 ‘왜 꼭 목적이 없어야만 하는지’이다. 가령 지구를 침략하지 위한 목적이라던가 하는 목적이 없는 방문 만을 다뤘다. 왜 목적 없이 왔다간 흔적을 찾는지 궁금하다.

장 : 방금 말씀해주신 대로 보통 외계인을 생각하거나 평소 매체에서 만날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지구를 침략하러 왔다!’ 혹은 ‘우리가 너희들을 가르치러 왔어!’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외계인이 꼭 그렇게 와야만 할까? 지구에? 우리 표현대로 하자면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잠깐 들린 걸 수도 있을 테고, 불시착을 했을 수도 있는 거고. 정말 떠돌다가 ‘저게 뭐지?’ 하고 왔을 수도 있는 건데, 매체에서는 공포의 대상, 계몽의 목적을 가진 모습으로 줄곧 등장한다. 나는 굳이 그런 목적이 없어도 외계인이 이곳에 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흔적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흔적을 남기는 외계인도 하나씩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옥 : 그 흔적 역시도 뚜렷한 목적 없이 그냥 남는 것인가.

장 : 안 좋은 예이긴 하지만 유적지 가면 이상한 낙서가 많은 것처럼 외계인도 단순히 ‘내가 왔다 감’ 그런 표시를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는 어떤 지구의 조형물 같은 걸 보고 외계인이 ‘맘에 안 들어, 난 이랬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건드릴 수도 있는 거고..

옥 : 평소 외계인에 관심이 많은가?(웃음)


장 : 그렇다.(웃음)

옥 : 그러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다음 질문도 같이 하겠다. ‘홀리 훌라(Holy Hula)’라는 전시 제목이나 외계인의 흔적이라고 보는 이 텍스트를 보면 외계인이 신적인 느낌을 주는데 어떤 식으로 외계인을 보는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어떤지?

장 : 연결될 것 같다. 평소에 외계인 관련 매체를 많이 본다.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했다. 그래서 평소에 외계인, 우주, 시간 관련된 것들을 많이 상상한다. ‘닥터 후’라는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드라마에서조차 비춰지는 외계인의 모습이, 물론 분장의 한계이겠지만, 인간의 형태에서 색만 다르거나, 뿔이 나있거나 한다. 인간 혹은 동물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외계인은 인간이랑 완전 똑같이 생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의 모습을 띄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매체에 의해 외계인의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거 같다.

옥 : 매체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외계인의 이미지에 대한 불신이 있는가?

장 : 맞다. 나에게 외계인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저 텍스트가 담긴 사진은 우스꽝스러워서 찍은 것이다. 내용은 훈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읽어보면 ‘잉? 무슨 소리야? 무슨 흐름이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쓰여 있다. 심지어 한 문장이 엄청 길고, 잘 읽히지도 않고, 어법도 틀리다. 봤을 때 공포심이 느껴지거나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글을 남기고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훈계하는 내용이지만 의도한 바는 저 글을 읽고 사람들이 우스꽝스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장 : 덧붙여 홀리 훌라는 외계인을 신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외계인이 지구에 올 때 뭐를 통해서 왔을까, 무슨 문을 통해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훌라후프가 문의 부품 중 하나 이거나 아니면 문의 부품이나 파편이 달이나 위성 같은 데에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상황을 가정해서 생각한 작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외계인이 꼭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꼭 외계인이 3차원에 위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열어뒀다. 그래서 영상도 그렇고, 훌라후프도 그렇고 시간의 흐름이 3차원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옥 : 과학적 지식이 많진 않지만 지구, 더 넓게는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이 굉장히 분명한 공간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많은 학자들이 우리의 시선이 맞닿는 연출되는 세상 자체가 제한된 물리적 조건으로 구성된 거라고 한다. 외계인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외계인이 다른 차원에 있다는 가정과 같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동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경험을 통해서 궁금해졌는지?

장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냥 다 Science Fic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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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 질문을 정정해보겠다. 작가에게 SF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장 : Bed Time Story. 자기 전에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 같은 그런 느낌. 꿈꾸기 전에 가볍게 보고 자면 꿈꾸고 일어나면 더 커져있는 생각들. 어렸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자기 전에 엄마가 읽어주고 나면 자고 일어나면 그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커져있었다. 나에게 SF는 그런 생각들이랑 비슷한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