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김아람, 2021

예술가의 윤리적 딜레마

김아람 X 김찬우

전시 기간: 2021. 9. 7 – 9. 30

초대 일시: 없음


공-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4길 9-3

12 - 6 pm(월요일 휴관)

기획: 문명기

주관: 공-원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두 작가에게 물었다. 작품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순간 미팅이 무거워 졌다. 재빨리 선회 다시 가볍게 전진해 보기로 했다. 우선 공공장소에서 행해진 각자 퍼포먼스로 질문 요지를 바꾸었다. 호기로 던진 이야기로 시작된 숟가락 퍼포먼스 부터 오래전 활동 했던 환경단체 활동으로 시작된 도브맘 퍼포먼스까지… 해도 되는 작업과 하지 말아야 하는 작업들 사회적 논란이 될 것과 그렇지 않을것 등등. 이야기 동안 다양한 질문이 오가며 서로 작품 성격을 파악해 갔다. 대화 말미 다시 한번 작가가 작품 제작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생각하고 질문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1년 전 미팅에서 우리는 이렇게 무겁고 두려운 제목을 앞에 두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후 만남에서 이전 공유했던 책인 '수행성 미학', 함께 본 '올해의 작가' 전시 그리고 시도했던 몇 개의 퍼포먼스 이야기를 했다. 두 작가 모두 직관적인 선택 의식 흐름 중 유머스러움, 언캐니, 자기모순 등을 중요한 기저로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예술가의 사회 역할에 대해 물었다. 분명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작가에게 왜 작업을 하냐는 질문처럼 공허한 질문이 또 어디 있겠나. 이보다 더 진부했다.

    …술을 거하게 마시며 진부하고 공허한 질문에 각자 이런 저런 반성과 오류를 나열했다. 물론 예술가가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를 하고 있었지만 길어진 대화 속 오만함이 겹쳐졌다. 나의 어머니 말씀을 떠올렸다. 정치가는 법을 만들고 목수는 의자를 만드는데 예술가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냐? 어쩌면 이 전시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제주에 한 술집에서 앞으로 진행될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고 웃으며 헤어졌다. 작가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어머니 대답? 나 스스로 해답? 숙소로 돌아 와 고민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전시라는 형태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한계도 괴로워했다. 반면 즐거움이 주는 작업 원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고민하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전시 일정이 다가오고 더 자주 보게 되었다. 무형의 기획 전시가 그렇듯 미팅은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기존 작업들이 거론됐고 그 안에 정답을 밀어 넣으려 했다. 모든 길은 통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모든 상황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결국 어떤 목적에 부합하는 전시를 만드는 것에 동의 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 나무의 가지가 휘어 있거나 꺽인 부분과 같은 질문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둘은 작업 발단에서 동기 부여되는 기본 창작 욕구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잘 모르겠는 것들 부터 재미있는것 까지 암소 자궁에서 부터 자신의 변까지. 나는 더 몰아붙이고 싶었다. 결국 가지가 꺽어짐으로 어떤 나무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날것 그 바닥에서 생생한 질문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다른 한편으론 전시 제목의 무겁고 진부함을 덜어낼 요량으로 신선하고 가벼운 제목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딜레마, 윤리, 예술가? 지랄 하고 있는건 아닌가? 나는 지금 시대 예술가들에게 직업의식이나 공적윤리, 예술의 반성이 얼마나 쓸데 없는 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가에 대해 말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예술이란 이 오만한 직업군이 가진 창작 윤리의 딜레마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일종의 부끄러움 같이.

    인간이 만든 예술은 불완전한 형태의 언어 기록이다. 예술가는 이 불완전하고 나약하고 변화무쌍한 언어 일부에서 각자 방식인 예술의 코드들을 수집한다. 현대사회 긍정적 변화나 백신처럼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없을지라도 직관적 감상이 유효하길 바란다. 고립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이런 기대들은 분명 어떤 대가가 필요하다. 손은 힘을 준 만큼 돌을 더 멀리 던지기 위해서만 굳게 쥔다. 이것이 바로 딜레마 일것이다.

    예술가의 윤리적 딜레마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한 전시이다. 어떤 미학이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전시를 준비하지 않았음을 미리 밝힌다. 서로 공유하고 기록한 내용은 10월 작은 책자로 나올 예정이다. 공-원에 설치된 작업을 통해 앞서 질문한 주제를 연결짓는 즐거움을 기대한다.

  김아람, 김찬우 작가에게 감사한다. 지난 일 년간 고민한 전시가 곧 열린다. 우리는 스스로 질문에 충실한 만큼 많은 술을 마셨다. 전시는 전시일 뿐이다. 하지만 의미를 서로 공유하며 유의미한 시간이 분명했다. 다시 한번 감사한다.

 

글/문명기

박멸의 공존, 김아람, 단채널 영상, 32mins 4secs, 2021

박멸의 공존

대한민국에서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종에 속한다. 그리고 환경부는 뉴트리아를 2023년까지 박멸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완전한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박멸과 공존이 동시에 진행된다. 박멸하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공존하기 때문에 박멸을 해야 하는 것인가. 공존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잠시 잠깐. 공존은 인간의 선택에 맡겨지는 것인가? 이런 질문 속에서 나는 낙동강환경유역청, 뉴트리아를 포획해서 1억을 벌었다는 남자, 동물자유연대와 만났다.

글/김아람

전시 전경, 김찬우, 2021

내 콧속에 외계인, 김찬우, 잉크젯 프린팅, 29.7X21㎝, 2021

내 콧속에 외계인 

매일 아침, 샤워할 때면 흰 물체를 발견한다. 촉촉한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고대 생명체였던 내 선조 같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딱지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젓이 되었다.

글/김찬우

김찬우는 돈 많은 여자 빨대 꽂는 미술하는 남자다, 김찬우, 전광판, 120X30㎝, 2021

김찬우는 돈 많은 여자 빨대 꽂는 미술하는 남자다 

우연히 듣게 된 나에 대한 뒷말이다. 두 달 정도는 자다가도 생각나고, 밥 먹다가도 생각났다. 여러 차례 반복된 되새김질 때문에 각인이 되었는지 이제는 잊히지 않는다. 지우려 해도 선명해지는 이 보이지 않는 말을 글로 남겨본다.

글/김찬우

똥(실내), 김찬우, 대변, 가변크기, 2021

똥(실외), 김찬우, 대변, 가변크기, 2021

똥(실내) & 똥(실외)

왜 인간은 똥을 더럽다고 여길까? 입 구멍이나 똥 구멍이나 같은 줄기일 터인데.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똥이 더러운게 아니라 똥이 어디 있는지가 똥을 더럽게 한다고. 밭에 있으면 거름이 되고, 남에 밥상에 누면 똥이 된단다. 내가 살기 위해 만드는 부산물들은 똥일까 거름일까. 그런 걸 만들고 사는 나는 똥일까 거름일까.

글/김찬우

오줌쟁이, 김찬우, 단채널 영상, 3mins, 2021

오줌누기

노상방뇨(路上放尿)는 사람들이 모이거나 다니는 광장이나 공원 또는 길에서 소변을 보는 행위로, 경범죄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내 집에서 소변을 누는 일은 괜찮을까? 증발하는 오줌은 합법적일까? 법을 피해 방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탐색한다.

P.S. 이렇게까지 싸야만 하나?

글/김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