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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하태범
 

전시 기간: 2022. 6. 10 – 7. 1

초대 일시: 없음


공-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4길 9-3

12 - 6 pm(월요일 휴관)

디자인:

(엽서) 하태범

(안내문) 바나나시체전문처리반

주관: 공-원
후원: 문워크

충정로에 자리한 공-원은 1930년대에 지어진 구옥이다. 과거 공동주택이었으나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로 노후되어 떠돌이 고양이만 찾던 곳이 지금은 2020년 리모델링을 통해 전시 공간으로서 다시 호흡하고 있다. 이런 내력을 지닌 공-원에서 2022년 6월, 하태범의 개인전 ‘섬’이 열린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칼의 노래》 첫 문장

 


  하태범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이를테면 미디어를 통해 전쟁 폐허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고도로 섬세하게 재현하는 작업 등이 그러하다. 이번에 그는 한적한 곳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맞닥뜨린 풍경을 재현했다. 사람이 떠나 주변으로부터 섬처럼 붕 떠 버린 빈집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의 전세난과 월세 부담, 대출 이자를 피해 다다른 경기도의 작업실. 그곳에서 내다본 빈집들은 그의 눈에 마치 버려진 섬처럼 비쳤을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자신의 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놓고 ‘꽃이 피었다’로 할지 ‘꽃은 피었다’로 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전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한 언어인 반면 후자는 의지를 담아 진술한 언어라는 것이다. 김훈이 자신의 글에 사실만을 담고자 했다면, 하태범은 버려진 빈집들을 섬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미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담고자 하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그의 전시를 문장으로 서술하자면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과거에는 미디어에 의해 편집된 전쟁의 이미지를 수집했던 그가 지금은 모든 지각 능력을 동원해 빈집의 이미지를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세계관은 분명 더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었을 것이다. 전쟁과 같은 무대에서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을 하다가 폐허 속 인간 대 자연의 싸움으로 옮아와 마침내 빈집 안에서 자신 대 자신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니….

  하태범은 예리하게 다듬어진 송곳이나 칼날을 사용해 종이를 재단하고 조립한다. 그로써 폐허가 된 빈집의 구석구석, 무너져 내린 벽과 창이 재현된다. 한때 버려졌던 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그의 전시 ‘섬’은 공-원의 의지와 궤를 함께한다. 

글/문명기

도시 공동화 현상으로 인하여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난이나 무분별한 개발과 투자로 인하여 버려지거나 완공되지 못한 건물들을 전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 한복판이나 시골 어딘가에 덩그러니 놓인 폐건물들은 위태로운 안전성, 흉한 외관과 범죄 위험성 탓에 바로 우리 곁에 있지만 목적을 상실한 채 다른 세상의 것인 양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마치 저 멀리 있어 다가갈 수 없는 섬 같다. 그에 더하여 코로나로 인한 실직, 폐업, 통제, 물가 상승 등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은 병들고 아파하며 간절히 누군가의 도움을 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거대한 장벽처럼 버티고 서서 서로를 가로막고 있다. 결국 우리는 폐건물과 마찬가지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두려워하여 경계하고,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혐오를 품어 상호 단절된 섬처럼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약 3년간 서울에서 집과 작업실을 꾸려 생활하다 대출과 작업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경기도 한 지역으로 이사를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피부로 느낀 생계와 주거 문제는 내게 직접적인 고민거리이자 관심의 대상이다. 재개발 사업으로 도심 여기저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한편 외곽에서는 빈집과 빈 점포가 무수히 생겨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박차를 가하는 현실에 의구심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히 빈집 곳곳에서 풍기는 공허함과 세월의 흔적을 나만의 시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이 중지된 다양한 주택 및 상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빈집 증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었고,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조장되는 사회적 고립감이 여러 가지 경제적, 심리적 부작용을 낳음을 느껴 현재의 작업에 이르렀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여러 건물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틀림없이 우리 주변에 함께하고 있다. 그럼에도 용도 폐기된 건물들은 흉물스럽게 변하여 그 존재감이 점점 상실되어 간다. 우리 인간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하태범

*빈집: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을 말한다.(빈집 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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