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_가정

공미선 × 지성은
 

전시 기간: 2022. 9. 13 – 29

공-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4길 9-3

12 - 6 pm(월요일 휴관)

기획: 문명기

디자인: 바나나시체전문처리반

주관: 공-원
후원: 문워크

공-원은 기존 미술 소비패턴에서 소외되기 쉬운 작품 스타일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이런 지향점이 예술의 가치와 의미, 때로는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매년 실험적인 작업이 꾸준히 기획되고 실험되어 왔다.

  지난해 공-원에서는 ‘예술가의 도덕적 딜레마’라는 전시를 마련했다. 두 작가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사회 속 예술가의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전시가 끝나고 우리는 예술가라는 부류는 어떤 사람이고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올해도 동일 선상에 있는 전시를 추진해도 좋은지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이 또한 소리 없는 메아리처럼 혹은 대상 없는 글에 댓글을 남기는 것처럼 허망하기 짝이 없으며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을 진부한 이야기가 되리라. 그러나 하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한때 작업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그 과정을 작업으로 담았던 공미선과, 예술 노동으로서 삶을 영위해 보겠다는 다짐으로 전시를 열었던 지성은을 초대했다. 

 

  작년에 만났을 때 두 작가는 삶과 예술이 뒤섞여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예술인지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면 삶과 예술을 확연히 분리하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나는 내가 고민하는 지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대에 누구를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푸념부터 삶과 예술이 뒤엉켜 복잡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는 감상까지. 두 작가는 자신의 작업 에피소드에 더해 작업을 하며 맞닥뜨리게 되는 가족과의 문제에 대해 들려주었다. (흥미롭게도 두 작가의 남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둘의 이야기로부터 아직 분리되지 못한, 어쩌면 영원히 분리되지 못할 삶과 예술의 교착 지점이 발견되었다. 작가를 때론 행복하게, 때론 버겁게 만드는….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그사이 공미선은 아이를 낳았고 지성은은 배우 활동을 겸하며 예술 작업을 진행했다.

 

  〈예술_가정〉에서 ‘가정’은 home과 if 모두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두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될 것이다. 

 

  누구를 작가라 부를 수 있을까? 나로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삶과 예술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고민하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해답을 가늠해 보려 한다. 일 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을 두 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글/문명기

작업하는 엄마 육아하는 작가, 공미선

작엄마 | 영상 | 42초 | 2022

작엄마 써니 | 설치 | 종이인형 놀이 | 2022

작업 육아 | 설치 | 2022

출산 | 설치 | 2022

작년 여름 덥석 전시를 잡아 놓고 그해 가을 애를 낳았다. 아니다. 애를 낳을 계획이었는데 무턱대고 전시를 잡았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어쨌든 잠도 안 자고 울기만 하는 아기를 낳아 기르며 나는 작년부터 하루하루를 고비처럼 살았다. 그리고 올여름 불현듯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예정된 전시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헐, 이런 상황에서 전시라니….’

 

  나의 전쟁 같은 현실에서 예술이란 두 글자는 그야말로 뜬구름 같았다. 그래서 전시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오기가 치밀었다. 

‘걍 뜬구름 한번 잡아 보지, 뭐!’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아기가 낮잠 자는 틈을 타서. 처음 책상에 앉았을 때 번뜩 떠오른 단어는 ‘작엄마’. ‘작업하는 엄마’의 줄임말이다. 이 말이 유치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 단어를 가지고 영상으로도 설치로도 작업해 나갔다. 그러다 문득 내 작품 역시 내 아기처럼 내가 낳고 기르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 아기의 얼굴과 내 만화 속 캐릭터의 얼굴을 함께 핏빛 연못 속에 띄운 〈출산〉을 마지막으로 작업을 마쳤다. 

  엄마로 살다가 다시 불쑥 작가로 나서려니 부끄럽고 떨린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는 사이 영영 작업을 못 할 것만 같던 불안함은 점차 즐거움으로 변한 게 사실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다시 아기를 보고 웃을 힘을 얻었다고 믿는다.

  육아와 작업, 엄마와 작가, 아기와 작품, 집구석과 전시장, 노동과 관념, 현실과 이상, 울증과 조증. 이것들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오늘도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뿐이다. 

​글/공미선

예술 노동자의 초상, 지성은

첫인상 소개서(관객 참여용 원본) | 종이에 펜 | 210×297㎜ | 2022

첫인상 소개서(시선) | 종이에 연필 | 210×297㎜ | 2022

예술 노동자로 살아남는 방법 1 | 종이에 연필 | 210×297㎜ | 2022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육상식물-만년콩 | 종이에 연필, 수채 | 210×297㎜ | 2022

〈첫인상 소개서〉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주관적인 이력서 대신 객관적인 다수의 시선으로 기록된 소개서로 구직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관객은 면접위원으로서 작가의 첫인상을 글로, 작가는 관객의 첫인상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예술 노동자로 살아남는 방법〉은 스스로를 예술 노동자라 규정하기까지의 과정, 현재 작품 활동에 임하는 태도, 앞으로 진행될 작품의 방향성 등을 담은 에세이와 그에 관련된 드로잉으로 구성된 연작이다.

  〈공생을 위한 초상〉은 멸종위기 생물을 담은 작품이다. 예술계조차 자본의 힘과 경쟁 구조를 벗어날 수 없음을  10년이 넘도록 몸소 경험한 나는 외부 환경에 의해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들과의 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나부터 그 생물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얼굴을  기억해 주기로 다짐했다. 그들이 살아남길 바라듯 나 자신도 살아남길 바라며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응원을 보낸다.

​글/지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