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정기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한 사람을 위한 공원”은 미대재학생을 대상으로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지원합니다.

올 7월 추천을 통해 선정된 민수박, 이혁인 학생과 두 달간 작업을 함께 하였습니다. 두 달간의 고민을 보고전 형식으로 선보이고자 합니다. 

기간 : 2020.08.20 – 08.30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4길 9-3 
오픈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이혁인은 자신의 정체성에 관심이 많다. 정체성에 대한 몰두는 자연스럽게 가정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혁인은 꾸준히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집중을 응당 그런 시기에 겪는 부모님에 대한 거부 및 독립으로 이해하기 쉽겠지만 이혁인은 아버지를 증오로 대상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를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혁인과 아버지는 나이 차이가 50살이 난다. 나이 차이 만큼 그와 그의 아버지 사이의 거리는 멀다. 특히 정치관의 갈등이 첨예하다. 하지만 혁인은 아버지의 삶을 어떻게든 상상해보려 애쓴다. 아버지가 겪었던 전쟁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아버지가 나를 다소 늦게 낳게 된 그 과정을 궁금해한다. 그렇게 아버지를 탐구하며 자신을 들여다본다.

 

나를 들여다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는 무궁한 작업의 확장을 가져온다. 주제는 나와 관련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현재 이혁인은 아버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 주제는 자신에 대한 탐구라는 큰 틀 안에서 언제든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와의 갈등 및 세대 차이를 대하는 혁인의 태도는 어쩌면 가볍다.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 소개하는 작업에서도 카페트로 제작된 아버지의 군인 시절 초상을 관객들이 밟도록 유도한다. 그 불편한 지점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아니다. 되려 혁인은 가족들을 초대할 계획을 웃으며 말한다. 

 

혁인은 자기 자신이 늘 궁금하다. 그 궁금증은 자신에 대한 애정이고 사랑이다. 자기애를 기반으로 한 작업은 자기혐오가 만연한 스스로를 갉기 바쁜 현재에 또 다른 경종을 울린다. 궁금증을 집요하게 그리고 즐겁게 해결해나가려는 이혁인의 탐구를 응원한다.

 

   민수박의 작업은 시대성이 중심이 된다. 민수박의 탄생 연도를 포함한 세대의 정서를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대성을 가지는 작업은 자신과 공감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 외의 다른 세대를 배척하는 면이 있다. 민수박의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아니, 이해가 아니라 인정이 어려운 작업을 한다.

 

민수박은 웃기고 귀여운데 잔인하고 불쾌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미지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단 그런 분위기를 유도한다. 민수박의 작업을 보다 보면 뻘쭘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작업을 보고 호탕하게 웃기도, 그렇다고 나만 진지해져서 바라보기도 뻘쭘하다. 그리고 너무 명확하게 작가는 그것을 의도한다.

 

언제이고 문화는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고 비주류에게 B급 프레임을 씌운다. 그 B급은 빠르게 다시 주류가 되고 C급을 만든다.

민수박은 끝없이 C에서 D로. 다시 D에서 E를 지향한다. 그렇게 계속 발전하고자 한다. 선타기가 계속된다. 

 

그 선타기는 민수박의 멜랑꼴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민수박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냠냠이’는 자신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사랑이라고 알고 있다. ‘야옹이’는 ‘냠냠이’에게 그건 사랑이 아니라 내장이라고 말한다. 충격으로 ‘냠냠이’는 죽는다. 그 ‘냠냠이’를 ‘삥삥이’는 그리워한다. 

  ‘냠냠이’이자 ‘야옹이’이자 ‘뺑뺑이’가 아닐까. 내장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살기도,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내장이라고 알려주기도, 그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져 죽기도, 그리고 그렇게 죽은 친구가 그립기도 한.

글 이옥진